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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디지털 ‘불판’ 뉴스, 조선일보

네이버 뉴스와 댓글이 잠식한 10.29 이태원 참사 ③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에 맞춰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글을 썼다. 2023년 11월 6일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고한 글이다.


“159명이 하늘의 별이 되었고, 1년째 눈뜨지 못하는 부상자가 병상에 있고, 수백 명이 부상을 당했고, 수천 명이 심리치료를 받았고, 참사의 현장을 생생히 목격한 온 국민이 트라우마를 겪었고, 혐오와 모욕의 언어가 인터넷을 떠돌지만, 온전한 애도도, 진심 어린 사과도, 도의적인 책임도, 진실을 향한 노력도, 재발 방지 대책도,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 회복도, 지금, 여기, 유가족들 곁에 없습니다.”(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공동대표단 추모사 “기억, 추모, 진실을 향한 다짐” 중)

네이버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직후 쏟아졌던 뉴스와 댓글을 확인하는 일은 고통 그 자체다. 부디 삭제되었기를 기대하며 1년 전 뉴스를 클릭하지만, 오늘도 그대로다. 혐오, 모욕, 조롱, 냉소, 무례, 무관심, 분노, 욕설, 맹목적 확신으로 꽉 들어찬 뉴스 댓글들. 왜 아직 남아있을까. 참사와 관련 없는 우리도 절망과 무력감에 몸서리쳐지는데 희생자 유가족들은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2차 가해가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네이버 뉴스와 댓글이 만들어 나간 타임라인의 흐름에서 댓글 여론으로 참사의 본질을 잠식한 기사와 언론사가 있음을 포착했다. 첫 번째 글에서 언급한 조선일보가 그 주인공이다.

보도량이 많은 언론사에 댓글도 많이 달렸을까?

‘이태원’ 관련 키워드로 수집한 참사 직후부터 2월 말까지 17개 언론사 네이버 인링크 기사에 달린 댓글은 총 3,716,864건이었다. 댓글수 추이를 보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특정 이슈가 있을 때 댓글 반응이 있었던 지점이 있다.

보도량 추이만 봤을 때 우리는 댓글이 보도량과 거의 연동하는 패턴으로 달렸다고 추정했지만(언론사별 보도량 두 번째 글 참조), 언론사별 기사에 달린 댓글수를 분석해보니 뜻밖에 결과가 나왔다.

이태원 참사 뉴스에 댓글이 가장 많았던 언론사는 조선일보로 댓글수는 무려 50만 7천여 건이었다. 이는 전체 언론사 이태원 뉴스 댓글의 약 14%에 해당한다. 조선일보는 두 번째로 댓글이 많았던 연합뉴스보다 10만 5천여 건이나 많았다. 이태원 참사 뉴스 댓글의 언론사별 누적 합계는 연합뉴스 402,049건, 중앙일보 349,613건, 경향신문 318,509건, 한겨레신문 302,156건, 동아일보 253,262건, 국민일보 227,676건, YTN 225,428건 순이었다.

언론사별 댓글수.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첫 그래프 하단과 동일.

네이버 뉴스에서 이른바 ‘댓글 효과’를 ‘누렸던’ 언론사를 보기 위해 기사당 평균 댓글수도 분석해보았다. 굳이 ‘누렸던’이라고 한 까닭은 댓글 많은 기사가 네이버 뉴스 메인에 올라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언론사가 생산한 보도량 대비 댓글수.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첫 그래프 하단과 동일.

기사당 평균 댓글수 분석 결과 조선일보는 기사당 평균 429건,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은 각각 195건, 중앙일보는 182건이다. 모든 기사에 평균 댓글수가 달리는 건 아니다. 댓글이 하나도 없는 이른바 ‘무플’ 기사도 있고 많게는 수천 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보도량 대비 댓글수는 네이버 댓글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언론사를 찾는 하나의 방법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해당 기간 동안 모은 데이터 중 조선일보의 뉴스는 1,182건으로 타 언론사와 비교할 때 보도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종이신문 중 가장 적은 보도량인데 조선일보 네이버 댓글수는 월등하다. 적은 보도량으로 네이버 뉴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관심을 받았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기사당 평균 댓글수 195건인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합뉴스는 이태원 참사 보도량이 11,612건이나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기사당 평균 댓글수는 35건으로 타 언론사에 비해 적은 편이다.

흥미로웠다. 조선일보는 도대체 어떻게 보도했길래 네이버 기사에 유독 댓글이 많이 달렸던 것일까?

네이버 뉴스 PC버전 ‘랭킹뉴스’ 메인화면 갈무리. 상단 ‘랭킹’ 탭을 누르면 언론사별로 ‘많이 본 뉴스’,‘댓글 많은 뉴스’ 중 하나를 선택해서 볼 수 있고 언론사 페이지에서는 랭킹뉴스를 날짜별로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랭킹뉴스 집계 방식 참조).

네이버 뉴스 랭킹 탭을 누르면 언론사별로 ‘댓글이 많이 달린 뉴스’와 ‘많이 본 뉴스’를 메인 화면에서도 볼 수 있고, 언론사 페이지에서도 날짜별로 랭킹뉴스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 집계는 하루 동안 집계한 결과로, 각 언론사의 모바일 구독자수 비중이 순서에 반영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10월 30일 이후 조회수나 댓글수는 기록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2022년 10월 30일 하루 동안 많이 본 조선일보 1,2위 기사와 댓글 많은 기사 1,2위를 네이버 뉴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았다. 많이 본 기사 1위는 <“살아만 나가자” 외친 30분… 옆 친구는 이미 숨져있었다>였고, 2위 기사는 <참사 하루도 안지나서… PD수첩 “이태원 사고, 당국 문제점 제보받아요”>였다. 댓글 많은 기사 1위는 많이 본 뉴스 2위 기사였고, 2위 기사는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태원 참사 원인은 靑이전 탓” 글 올렸다 삭제>였다.

2022년 10월 30일 네이버 뉴스 조선일보 기사 중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이 달린 뉴스’ 화면 갈무리

이날 조선일보의 ‘많이 본 뉴스’와 ‘댓글 많은 뉴스’는 적어도 상당한 관계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어떤 섹션에 기사인지도 확인했다. 데이터 중 가장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장상진 기자의 <“살아만 나가자” 외친 30분… 옆 친구는 이미 숨져있었다>는 생뚱맞게 ‘생활/문화’ 섹션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많이 본 뉴스 1,3,4위 기사는 ‘사회’ 섹션이었고, ‘정치’ 섹션에 댓글 많은 뉴스 두 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2022년 10월 30일 네이버 뉴스 조선일보 기사 랭킹뉴스 섹션별 화면 갈무리

이날 관심을 크게 받은 기사 제목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중심의 보도가 아닌 피해 중심의 보도, 이태원 참사 끼워 팔기식 보도, 정쟁화 소재 등으로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 기사들의 댓글은 차마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악성댓글 일색에 2차 가해성 표현이 난무한다. 조선일보 기사는 ‘악플 불판’이라 할 만큼 보기 괴로운 내용이 많다. 악플 가득한 댓글수 1등 기사의 기자는 댓글을 보면 과연 기쁠까?

네이버 뉴스 댓글 1등 언론사의 기사 비법

수집한 17개 언론사 전체 기사 중 댓글수 상위 기사 30건에 조선일보 기사는 16건이나 있었다. 댓글수 상위 10건 중 9건은 조선일보 기사였다. 섹션별로 ‘정치’ 19건, 사회 10건, 생활 1건이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조선일보의 정치 섹션 기사가 네이버 뉴스 독자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고 볼 수 있다.

수집된 네이버 뉴스 주요언론사 17곳의 기사 중 댓글 수 상위 30건의 기사. 조선일보 16건, 중앙일보 4건, 한겨레신문 4건, 경향신문 2건, 국민일보, 연합뉴스, MBN, YTN이 각각 1건이었으며 ‘정치’ 섹션으로 분류된 기사가 16건이었다.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첫 그래프 하단과 동일.

조선일보가 적은 수의 기사로 댓글이 많이 달리는 기사를 제조하는 신묘한 비법이 따로 있는지 궁금했다. 수집한 데이터에서 연합뉴스와는 대조적으로 조선일보의 기사가 하루에 100건 넘게 발견되지는 않았다. 보도가 가장 많았던 날은 10월 30일 90건이었고, 참사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50건 아래로 보도량이 떨어졌다. 국정조사가 이루어지던 때에는 거의 기사가 없었는데, 2023년 1~2월 기사 건수는 겨우 78건뿐이었다. 진상 규명이나 국정조사, 특별법 관련 기사는 거의 찾기 어려웠다.

네이버 뉴스에 올라온 조선일보 VS 연합뉴스 보도량과 댓글수 추이 비교.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첫 그래프 하단과 동일.

그런데 간간히 올라오는 기사에 댓글이 뾰족하게 솟는 날도 있었다.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수집한 전체 기사에 달린 댓글 대비 조선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의 비율을 날짜별로 살펴보았다.

‘조선일보 네이버 기사의 1일 댓글 지분율’. 수집한 네이버 인링크 기사에 달린 날짜별 댓글 전체를 합산해 조선일보 해당일 기사들 총 댓글의 비율을 구함. 2022년 12월 18일 이태원 참사 49재 다음날 조선일보는 단 2건의 기사로 다른 언론사의 기사 125건에 달린 댓글수에 맞먹는 1일 댓글 지분율을 기록했다.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첫 그래프 하단과 동일.

가령 위의 그림처럼 수집된 데이터 중 2023년 2월 25일자 조선일보 기사 댓글은 같은날 네이버 17개 언론사의 기사에 달린 댓글수의 약 77%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불법인 줄 알면서도 도심 곳곳 알박기… ‘천막 공화국’ 된 대한민국>이라는 기사는 수집된 데이터의 같은 날 기사 중 가장 많은 댓글을 받은 기사이다. 언론사들도 이태원 참사 이슈를 잘 다루지 않던 시기에 조선일보가 갑작스러운 이 기사를 낸 의도는 명확하다. 이태원 분향소를 ‘알박기’라며 맥락에 맞지 않는 표현으로 조롱하고, 또 다른 기사 <주말 서울 도심에 6개 단체 대규모 집회…도심 곳곳 혼잡 예상>와 이야기를 연결하는 것이다. ‘도심’,‘혼잡’,‘정체’,‘극심’,‘불편’,‘집회’ 등은 주말 조선일보 기사에 잘 등장하는 단어들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혼잡함을 가중시키는 주체로 지목해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이 기사 2건에 달린 목불인견의 댓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조선일보의 댓글 수집은 어쨌든 성공한 셈이다.

또, 수집된 데이터 중 이태원 참사 49재 직후였던 12월 18일자 기사는 모두 127건. 그런데 조선일보는 단 2건의 기사로 댓글 지분율 약 46%라는 기록을 남겼다. 두 건 모두 김명일 조선NS 기자가 작성한 기사였다.

7,350건의 댓글이 달린 <野 “尹 49재 참석했어야”…與 “이재명은 부하 발인날 춤”>과 276건의 댓글이 달린 <김기현 “민주당, 대통령에 삼년상이라도 치르라는 얘기인가”>는 기사 제목에서 명확하게 ‘여야 정쟁’ 구도를 만든다. 여야 대결 구도의 제목, 정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표현, 선정적 제목으로 이태원 참사를 끼워파는 기사는 조선일보의 특기이다. 이런 기사는 악플을 부르는 ‘불판’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조선일보의 댓글여론

우리는 댓글 많은 조선일보 기사 상당수가 희생자 명단 공개 전후로 이를 정쟁화했음에 주목했다. 우리가 수집한 이태원 참사 전체 네이버 기사 중 ‘개인정보’, ‘신상’,‘이름’, ‘명단’, ‘실명’, ‘민들레’ 등으로 검색해 보도량과 이 기사들에 달린 댓글수를 분석해보았다.

희생자 ‘명단공개’ 관련 보도량과 댓글수((2022.10.29.~2023.2.28. 네이버 뉴스 17개 주요 언론사 기사)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첫 그래프 하단과 동일.

역시나 조선일보는 타 언론사보다 적은 수의 기사로 엄청난 양의 댓글을 ‘쓸어모았다’. 43건의 기사로 35,199건의 댓글이 달리는 조선일보 기사는 ‘불판’처럼 현안과 이슈를 불타오르게 하는 능력치가 현저히 높았다. 다만 그 불판에 올려진 댓글은 도저히 여기에 옮길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악플 덩어리인 채로 아직 거기에 남아있다. 조선일보도 네이버도 손대지 않는 2차 가해성 댓글로 가득찬 악플창 말이다.

조선일보 댓글의 갈라파고스화

몇 달 전 언론사별 네이버 뉴스 이용률이 크게 줄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디어오늘의 2023년 5월 17일 기사 <[창간기획] 요즘 네이버에서 뉴스 얼마나 보고 있습니까>는 “네이버 모바일 평균 페이지뷰(PV)는 2023년 1분기 기준 전년 1분기 대비 45.5% 떨어졌고, 매체 19곳 모두 페이지뷰가 감소했다. 50% 이상 급락한 매체도 6곳”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최근 퍼블리시와기술연구소에서 발행한 <모바일 인터넷 뉴스 이용 트래픽 분석 리포트>는 1분기 대비 네이버 제휴 언론사들의 순방문자 체류시간이 더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네이버에서 조선일보 순방문자는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우리는 네이버 제휴 언론사의 이태원 참사 보도 행태와 네이버 댓글 정책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원인의 하나라고 본다. 길을 가다가 서울 한복판에서 한순간에 159명이 사망한 참사를 대하는 보편적 상식이라는 게 있다. 모욕과 욕설, 조롱, 참사와 아무 관련 없는 정치 댓글 수천 건이 달린 네이버 기사를 누가 기꺼이 읽고 싶겠는가. 악플로 ‘눈썩’(악플을 보면 눈이 썩는 느낌)할, 소수 악플러가 댓글 여론을 주도하는 네이버 뉴스를 굳이 볼 이유가 없다.

네이버 뉴스를 멀리하다 보니 서서히 이태원 참사를 잊고, 관련 뉴스를 보더라도 악플을 마주하는 게 싫어서 외면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요즘은 포털에 뉴스를 보러오기보다 댓글을 보러왔다고들 하지 않는가. 이제는 댓글을 보러 왔다 욕만 보고 간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댓망진창’이다

아무리 댓글이 많이 달린다 한들 이용자 확장성이 없으면 갈라파고스화될 뿐이다. 조선일보에 댓글이 달릴수록, 소수의 기사가 많이 본 뉴스로 추천될수록 눈살 찌푸리게 된다. 특정 언론사 댓글 쏠림 현상은 네이버에겐 더 큰 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