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피습’, 자극적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진 댓글 여론
2024년 1월 3일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고한 글이다.
1월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피습 소식을 알리는 엄청난 양의 기사가 네이버 뉴스에 올라왔다. 뉴스의 범람 속에서 ‘이재명 대표 피습’ 사실은 어떻게 보도되었을까. 사실조차 확인 안 된 보도로 독자를 미혹한 보도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보도가 이상한 프레임을 확산시키는 ‘불판’이 되었을까.
대혼란의 ‘피습 기사’
네이버 뉴스 콘텐츠 제휴 CP사 중 종합일간지, 방송/통신사, 경제지, 인터넷/IT, 지역지 인링크 기사에서 ‘이재명’으로 검색해 추출된 2024년 1월 2일 하루치 보도 전부를 수집했다. 이날 오전 10시 29분 ‘뉴스1’과 ‘연합뉴스’ 속보를 시작으로 자정까지 만 하루 동안 올라온 뉴스는 모두 2257건이었다.
언론사별 보도량 분석 결과 30건 이상의 기사를 올린 매체는 총 32개 사였다. 가장 많은 기사를 올린 곳은 네이버 제휴사에서 방송/통신사로 분류되는 ‘뉴스1’으로 206건의 기사를 올렸다. ‘연합뉴스’, ‘뉴시스’, ‘YTN’ 순으로 보도량이 많았는데, 이들 4개 사의 보도 건수(636건)는 전체 네이버 뉴스 제휴사 보도량의 약 28%를 차지했다.

‘파이낸셜뉴스’, ‘머니투데이’, ‘헤럴드 경제’, ‘서울경제’, ‘이데일리’ 등 경제지도 만만치 않았다. 종합일간지보다 피습 관련 뉴스를 더 많이 만들어냈다. 이들의 보도는 신속하고 정확했을까?
증오의 불판, 기사 작성 전에 댓글이 달린다?
보도 건수가 많다는 건 정확한 속보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증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실제로 실시간 보도를 접하면서 속보 과열 양상을 직접 목격했다. 게다가 ‘기사 작성 전’임에도 1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린 희한한 기사까지 발견했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등 재난 상황에서도 제목부터 던져놓고 마무리하지 않은, 기사 내용조차 없는 무책임한 네이버 뉴스 콘텐츠를 익히 보아 왔다. 위에 갈무리한 ‘머니투데이’ 속보도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도 “자세한 기사”가 이어지지 않은 채 아직도 작성 중인 상태다. 제목만 휙 던지고 쓰다 말아버린 기사다. 제목만 보고 기사를 클릭한 뉴스 이용자는 본문이 없으니 기자의 제목 던지기와 비슷하게 아무말 댓글 던지기를 남발한다. 근거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아래 댓글창 갈무리에서처럼 추측성 댓글, 조롱 댓글, 허위 정보를 속수무책으로 올린다. 분명 뉴스 보도인데 생명 경시가 만연한 ‘아무말 대잔치’가 벌어지는 댓글 불판이 되는 것이다. 아래 댓글을 어찌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있겠나.

위의 ‘머니투데이’ 기사 외에도 경제지들이 이번 피습 보도를 본문 없는 무책임한 기사 형식으로 남발한 것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생명 존중이라곤 없는 비인간적이고 몰인간적인 조롱성 댓글은 우리 사회의 증오심만을 부추길 뿐이다. 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보도일 때, 이런 식의 보도를 ‘기사’로 인정해 주어서는 안 된다. 네이버 뉴스는 제휴사에 왜 이런 편의를 봐주는지, 생명 경시 풍조와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불판을 자처하는지.
프레임의 재료, 기성 언론은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가
네이버 뉴스 언론사별 랭킹뉴스를 활용해 1월 2일 하루 ‘이재명 대표 피습’ 기사 중 댓글 많은 보도 20건을 추출해보았다. ‘조선일보’ 7건, ‘중앙일보’ 4건으로 11건이나 되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기사에 유독 댓글이 몰려있다. 실시간으로 뉴스 댓글을 작성하는 매우 적극적인 독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댓글 많은” 기사들은 우선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가령 가장 많은 댓글(5543건)이 달린 ‘조선일보’의 <종이왕관 쓰고 다가와 “사인해달라”… 순식간에 이재명 공격>은 1627건의 댓글이 달린 ‘동아일보’의 <종이왕관 쓴채 “사인해달라” 접근…이재명 흉기로 찔러>와 매우 유사하다. 피의자 관점에서 쓴 이 두 기사의 제목엔 ‘공격’,‘찔러’ 등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가 등장한다. 기사 본문은 더 자극적이다. 마치 웹소설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사건 현장을 묘사한다. 특히 괴한이 “30cm 가량의 흉기를 꺼내 들었다”는 내용은 사실과 출처 확인이 안 된 것이다. 게다가 피해자가 피습 직후 쓰러진 클로즈 업 사진을 기사에 여러 장 배치해 더 그럴듯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이 대표의 정확한 용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식은 있다고 한다”는 내용이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누가 어떤 근거로 저 이야기를 전했는지 출처도 없다.
1월 2일 자정 기준 3814건의 댓글이 달린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는 더 가관이다. 원래 <[단독] 이웃들 “이재명 습격범, 민주당원이라더라…조용한 성격”>이었던 기사 제목이 1월 3일 <[단독]이웃들 “이재명 습격범, 법 없이도 살 분…깜짝 놀라”>로 바뀌어 있었다. 확인할 수 없는, 확인되지 않은 의도가 분명한 내용을 제목에 대범하게 붙였다가 댓글 장사 실컷 하고 스리슬쩍 제목을 바꾼 전형적인 ‘카더라 찌라시’ 형식이다. 기사 본문에 이니셜 처리된 A,B,C 씨는 실재하는 사람인지 누가 알겠는가.
세 번째로 댓글이 많이 달린 기사 ‘동아일보’의 <이재명, 부산서 흉기 피습…목 부위 1㎝ 열상>도 그렇다. 어떻게 “1cm의 열상”을 입었는지 출처가 의료진인지, 기자가 목격했는지 상술하지 않은 채 그저 “전해졌다”. 제목을 포함해 이 대표의 상처 크기를 “1cm”로 특정해 무려 3번이나 언급한다. 특히 이 보도는 피의자의 흉기가 20cm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앞선 보도들이 “30cm”라고 했던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기자가 열상과 자상의 차이조차 모르다니. 아무리 무협지라도 개연성은 있다. 독자들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고 쓴 보도다.
하지만 이런 망상에 가까운 기성 언론의 허위 조작 기사를 얕잡아 보면 안된다. 언제든 혐오 프레임의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들 언론사 기사에 댓글을 적극적으로 작성하는 독자가 많다. 이들이 그럴싸해 보이는 프레임 재료를 활용해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댓글을 경계해야 한다. 자극적인 이야기는 우리 뇌에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네이버 뉴스, 실시간으로 언론사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지 밝혀야
출처가 불분명한 보도와 본문 내용 없이 제목만 있는 보도가 경쟁하듯 속보로 쏟아져 나왔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 한꺼번에 빠르게 올라오는 뉴스를 계속 새로고침 하며 볼 수밖에 없었다. 너무 혼란스러웠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초기 쏟아졌던 오보가 기억났다.
그 누구도 이 대표의 상처가 “1cm”인지 “1.5cm”, “열상”인지 “자상”인지 확정해주지 않았다. 그 누구도 범행 피의자가 “민주당원”인지 확인해 보도하지 않았다. 1월 2일 하루 동안 너무 많은 허위 정보가 흘러넘쳤다. 거의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온라인 전쟁을 방불케 하는 논쟁이 벌어졌다. 무책임하게 기사 제목 장사를 한 언론사와 네이버 뉴스 때문이었다. 근거 없는 허위 조작 정보 기사에 달린 댓글로 인해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져 갈등은 더 극단적으로 커졌다.
네이버 뉴스는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언론사들이 사실을 호도하고, 사실 그 자체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찌라시’ 식 보도를 뿌리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왜 실시간 모니터링 운영을 투명하게 밝히고 적용하지 않는 걸까. 이해가 안 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생명을 향해 혐오와 증오, 조롱 댓글의 불판이 되어 조회수 올리는 걸 기쁘게 여기는 언론사나 혐오 증오 댓글 작성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나 이 모든 것을 서비스하는 네이버 뉴스나 책임이 적지 않다.
※ 자료수집 범위 및 분석 대상: 네이버 뉴스 콘텐츠 제휴 CP사 중 종합일간지, 방송/통신사, 경제지, 인터넷/IT, 지역지(매거진, 전문지, 포토 제외) 등 60개 언론사 인링크 기사에서 ‘이재명’으로 검색해 추출된 2024년 1월 2일 하루치 보도 전부를 수집했다. 피습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 3개 언론사를 제외했고, 피습과 관련 없는 기사도 제외했다. 최종 분석 대상 언론사는 57개 사였고, 피습 사건 관련 기사는 2,257건이었다. 또한 네이버뉴스 페이지 랭킹 메뉴의 2024년 1월 2일 “많이 본”과 “댓글 많은” 뉴스를 수집하였고, 이중 이재명 대표 피습 관련 보도만 선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