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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댓글 프레임, ‘테러’를 어떻게 지워갔나?

2024 네이버 뉴스 분석 시리즈 ③
언론과 댓글 프레임, ‘테러’를 어떻게 지워갔나?
Photo by Jessica Ruscello / Unsplash

2024년 1월 20일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고한 글이다.


선택과 배제로 만들어지는 ‘뉴스 프레임’

미디어 연구자 기틀린(Gitlin)은 “프레임은 현실에 대한 인식, 해석, 제시, 선택, 강조, 배제의 수단을 지속적으로 패턴화하여 언어 또는 영상 담론을 조직한 것”으로 정의 내린다. 동일 사건에 대한 사실 정보가 언론사마다 다른 이유는 뉴스 조직의 주관성에 따라 해석을 달리해 반영하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가 네이버 뉴스라는 포털 안에서 서로 공명하며 특정 ‘프레임’을 선택 배제하며 확대 재생산하는 패턴을 오래전부터 감지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재명 대표 악마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테러종합상황실에서 문자까지 발송한 사건인데 언론은 애써 ‘테러범’을 외면하고 ‘피습범’,‘습격범’으로 명명한다. ‘피습범’이라는 표현이야말로 이 테러 사건을 보는 언론사의 해석적 프레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네이버 뉴스 댓글 여론, 압도적인 ‘음모 조롱 프레임’

네이버 뉴스에서 어떤 프레임이 흥했는지 확인하고자 테러 발생 당일 관련 기사 2,257건과 이에 부속된 댓글 30만여 건을 수집 분석했다. 그 결과 크게 두 프레임이 경합하고 있었다. 정치 테러 진상 규명과 범인 공개가 필요하다는 ‘진상 규명 프레임’, 이 사건을 조작과 쇼로 몰고 가는 ‘음모 조롱 프레임’이 동시에 나타난 것. 그러나 댓글 주요 키워드 빈도로 볼 때 ‘음모 조롱 프레임’ 압도적으로 이슈를 선점하고 있었다.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 기사 댓글 중 ‘자작극’ 키워드는 무려 1만 7천여 건. ‘1cm’, ‘쇼’도 각각 1만 4천여 건이나 되었다. ‘헬기’, ‘재판(지연, 연기)’, ‘열상’ 등도 전체 댓글에서 1만 번 이상 언급되었다. 현장에 많은 기자가 있었고 생중계 동영상이 있었다. 그런데도 뉴스 댓글에 악성 루머 성격의 키워드 빈도가 높다는 게 수상하다.

이 키워드들은 언제 자주 언급되었을까? 댓글 작성 시간 추이 분석하면 댓글에서 ‘음모 조롱 프레임’이 언제 형성되었는지 알 수 있다.

분석 결과 ‘음모 조롱 프레임’은 놀랍게도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알려지기도 전에 매우 집중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테러 발생 자체를 부정하려는 음모론적 감정 결집이 네이버 뉴스 댓글 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실시간 특정 프레임을 인위적으로 형성하려는 의도적인 ‘댓글 화력’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네이버 뉴스에 보도가 나오자마자 거의 실시간으로 빠르게 ‘음모 조롱’ 댓글이 달리고 온라인 여론인 양 확산 전이된 점이 특이하다.

1월 2일 이재명 대표 피습 기사에 달린 댓글 300,170건에서 빈출어 분석 결과 ‘자작극’,‘쇼’가 오전 11시대에 높은 빈도로 추출되었다. 이후 댓글 프레임은 “1cm”와 “열상”으로 옮겨갔고, 다시 “헬기” 이송 관련해 ‘음모 조롱 프레임’이 따라붙었다. 주목할 것은 네이버 뉴스 보도가 나오자마자 실시간으로 빠르게 ‘음모 조롱 프레임’이 확산 전이되었다는 점이다.

상세 사건 보도가 없었던 시각에 어떻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제히 같은 단어를 언급하는 댓글이 작성되었을까? 이 댓글 작성자들의 시냅스가 네이버 뉴스 ‘피습’ 기사에 동시에 초연결되는 텔레파시라도 있는 것일까? 짤막한 속보만 있었던 사건 초기 ‘자작극’,‘쇼’가 높은 빈도로 추출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연일까?

우리는 1) 네이버 뉴스 이재명 대표 관련 기사에는 무조건 거짓과 조롱으로 몰고 가는 댓글 작성자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고 2) 빛의 속도로 기사 송고 시간에 맞춰 실시간 댓글을 작성하는 이용자 집단이 ‘상수’로 존재하고 있고 3) 이들 댓글 작성자들은 네이버 뉴스 ‘댓글 팔로우’ 기능을 활용해 서로 연결되어 있고 4) 같은 단어와 표현을 반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가설을 도출했다. 악마화 프레이밍으로 진실과 사실을 조롱하고 축소 배제해야 ‘우리’가 결집하는 데 유리하다고 여기는 집단이 있고, 이 집단들은 네이버 뉴스 댓글 게시판 기능을 활용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추정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어떻게 한꺼번에 일제히 서로 다른 수천 명 각자가 ‘자작극’,‘쇼’라는 단어를 동시에 표출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자작극’이라는 단어로 대동단결 했을까? 만약 서로 다른 각자 수천 명이 우연히 같은 생각으로 ‘자작극’이라고 했다면 더 이상하다. 어쩌다 그들이 똑같이 저런 음모론적인 생각을 했는지.

우려스러운 건 언론사와 기자가 허위 조롱 댓글 작성 이력이 많은 특정 성향의 네이버 뉴스 이용자와 의도적으로 공명을 할 경우, 특정 프레임에 의한 집단 여론화가 가속되고 효과는 증강된다는 것이다. 가령 상처 크기를 굳이 ‘1cm’로 언급한 기사 헤드라인은 테러 행위를 경미한 해프닝으로 인식하게끔 만든다. 사건을 축소하고 다른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기사 의도가 뉴스 독자의 인식과 공명해 ‘역시 1cm 자작극 쇼. 작은 상처인데 헬기까지 탄다’는 식의 ‘음모 조롱 프레임’으로 변화한다.

이번 사건은 언론과 포털,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 ‘이재명은 악마’라는 신념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강화하면서 ‘악마화 공론장’을 만든 결과로 발생한 일 아닐까.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순간에도 이재명 대표는 천하의 악마가 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진상 규명 프레임,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용자

다행스러운 것은 음모 조롱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테러 사건에 대한 책임과 진상을 묻고 정치권의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진상 규명 프레임’ 성격의 댓글도 상당수 있었다.

네이버 뉴스 댓글에서 ‘진상 규명 프레임’도 1월 2일 고른 분포로 나타났으나 ‘음모 조롱 프레임’에 의해 잠식당해 수적으로는 열세했다.

‘정치’,‘인간’,‘댓글’,‘테러’,‘범인’,‘극우’ 등의 단어는 ‘여야를 떠나 정치인 모두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명백한 테러’, ‘범인이 누구인가’, ‘극우, 악성 댓글이 문제’ 등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진상 규명 프레임’으로 추출되었다. 이러한 댓글은 상세 보도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적인 주장을 담은 댓글은 네이버 뉴스 공간에서 ‘음모 조롱 프레임’에 잠식당해 프레임 경쟁에서는 수적으로는 열세였다.

언론 프레임이 댓글을 낚고 음모론을 확산하는 패턴

언론 프레임은 형성기, 경쟁기, 주도기를 거쳐 쇠퇴하는 역동적인 특징이 있어서 기사와 댓글 추이를 분석해 대조하면, 네이버 뉴스에서 어떤 기사가 이슈를 선점해 프레임을 주도하고자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속보 경쟁이 치열했던 사건 초기, 오전 11시대에 댓글 작성이 집중된 경향이 있었다. 특히 이 시간대 송고된 기사에 ‘실시간’ 댓글이 몰려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댓글이 많이 몰린 저녁 7시대에 새로운 이슈가 크게 발생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오전 11시대 방송/통신사는 주로 헤드라인 형식의 짧은 속보 기사를 올렸다. 같은 시간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기사는 뉘앙스가 조금 다른 기사 제목을 뽑았다. 방송/통신사는 이재명 대표가 피습 당해 병원에 갔다는 내용이었으나, 종합일간지 3사는 범행 관점의 기사 제목으로 사건 자체를 흥밋거리로 축소 시켰다. 이 시간대 댓글은 방송/통신사의 속보와 종합일간지가 약 1만 2천여 건으로 비등했지만, 개별 기사 단위로 보면 11시대 조선, 동아, 중앙 3개 기사에 실시간 댓글이 몰려있음을 알 수 있다. 사건 축소 의도로 보이는 기사 제목은 온라인 댓글 여론을 결집시켜 ‘진상 규명 프레임’ 확산 약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 중앙, 동아 등은 적은 보도 건수로 댓글을 수집했고 클릭수를 챙긴 것이 인상적이다.

오후 7시대 종합일간지는 ‘갈등 분열’로 국면 전환 시도를 한 정황이 있다. 중앙일보의 ‘민주당원’이 제목에 포함된 기사는 정치적 진상 규명을 180도 바꾸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오후 6시 50분에 입력된 이 기사는 테러범이 민주당원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제목을 바꾼다. 그러나 약 한 시간 만에 달린 댓글은 1300여 건. 최소 1300여 명은 허위 정보에 낚인 셈이다. 또 중앙일보의 <‘최고 외상센터’ 부산대병원 놔두고 서울로… 이재명 이송한 까닭>은 헬기 이슈로 지역감정 논란을 점화해 도덕성 프레임을 확산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오후 7시대 기사에 달린 전체 댓글은 많았지만 ‘실시간’ 댓글은 오전 시간대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게 특이하다. 조심스럽게 가정하자면 혹시 오전에 ‘댓글 총알’을 다 썼기 때문 아닐까. 참고로 네이버 뉴스는 아이디 당 하루 댓글 작성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결국 일부 언론이 ‘지역감정 프레임’과 ‘도덕성 프레임’을 만들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으나 대응 프레임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부산을 ‘좌천 지역’으로 무시한 발언이나 김건희 특검법, 디올백 수수, 한동훈 위원장 자녀 스펙 쌓기 등 이슈가 더 현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부실수사 은폐수사 진상규명’라는 대응 프레임으로 대처하면서 ‘자작극’,‘쇼’도 잦아드는 추세이다. 프레임의 스토리텔링이 허술하면 상식이 더 우세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이 숨 쉬는 것조차 싫은 그대, 무엇을 얻었나

사건 발생 직후 ‘자작극’,‘쇼’,‘숨 쉰 채 발견’이라며 조롱한 댓글들은 아직도 네이버 뉴스에 그대로 남아있다. 오늘도 댓글 게시판에서 멸칭 댓글 놀이를 즐기며 조롱을 반복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도를 넘어선 혐오 조롱 표현에 대한 관용은 이번 테러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이재명 대표를 그토록 증오하고 혐오하여 우리 사회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한 사람을 죽이려 달려든 검찰의 끝없는 흠집내기식 수사, 온라인 공간에서의 끝없는 악마화로 소모하는 사회적 에너지와 비용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 자료수집 범위 및 분석 대상: 네이버 뉴스 콘텐츠 제휴 CP사 중 종합일간지, 방송/통신사, 경제지, 인터넷/IT, 지역지(매거진, 전문지, 포토 제외) 등 60개 언론사 인링크 기사에서 ‘이재명’으로 검색해 추출된 2024년 1월 2일 하루치 보도 전부를 수집했다. 피습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 3개 언론사를 제외했고, 피습과 관련 없는 기사도 제외했다. 최종 분석 대상 언론사는 57개 사였고, 피습 사건 관련 기사는 2,257건, 이 기사들에 달린 댓글은 30만 1백 70건(삭제 댓글 포함)이었다. 또한 네이버뉴스 페이지 랭킹 메뉴의 2024년 1월 2일 “많이 본”과 “댓글 많은” 뉴스를 수집하였고, 이중 이재명 대표 피습 관련 보도만 선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