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데 63분 걸림

尹, 875원 대파와 ‘이종섭게이트’로 마침내 이재명을 앞서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3월 24일 기고글

[기획] 네이버 랭킹뉴스로 본 4.10 총선 ②

3월 넷째주(3월 18~22일)


‘시민언론 민들레’는 최선영 교수, 고은지 연구원과 함께 <네이버 랭킹뉴스로 본 총선>을 기획했습니다. 네이버 뉴스 사이트에서 많이 보았다고 추정되는 랭킹뉴스를 데이터로 수집하여 언론사의 총선 프레임과 보도 추이, 패턴을 해석하고 분석합니다.

尹, 875원 대파로 마침내 이재명을 앞서다

마트로 행차하신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장보기와 이종섭 전장관의 귀국이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킨 한 주 였다. 그동안 네이버 랭킹뉴스 기사 제목에서 언급량이 압도적이었던 이재명 대표를 마침내 윤대통령이 추월한 것.

3월 18~22일까지 5일간 네이버 제휴 60개 언론사 랭킹뉴스 제목에 많이 등장한 10명을 추려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622번으로 빈도수 1위였다(다수 기사에서처럼 尹으로 표기). 그 다음으로 이종섭 전 장관이 기사제목에 425번 언급되어 지난 주 화제의 중심이 윤대통령과 이종섭 전 장관에 집중적으로 쏠렸음을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표는 많이 본 기사 제목에 398번 등장해 지난 주 언급량 1위였던 자리를 윤대통령에게 내주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310번, 조국 대표는 249번이었다. 정치인이 아닌 인물로 안산 선수가 93번, 조민 씨는 89번 기사제목에서 언급되었다. 그저 표적 삼은 인물의 사소한 실수나 실언을 꼬투리 삼아 사냥 개처럼 달려들어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 보도하는 언론을 ‘하이에나 저널리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 이강인, 안산, 조민 관련 기사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아닐까 싶다.

2월부터 네이버 랭킹뉴스에 올라오는 이른바 ‘흥한 뉴스’(많이 본+ 댓글 많은 뉴스) 제목은 이재명 대표를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는데 이번주 이변이 일어났다.

윤대통령은 이종섭 씨 귀국이 부적절하다며 공수처와 대립한 것도 모자라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충돌하는 모습까지 보여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이런 갈등 상황을 만회하고 싶었던 건지 저렴함(875원)과 함께 깜짝 등판했는데 이 또한 크게 주목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가격 5원 단위까지 언급한 꼼꼼함에 놀랐기 때문이다. ‘바이든- 날리면’이나 ‘배추-매출’ 이슈가 떠올라 우리의 청각 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여러 방송 뉴스를 비교해 들어봤다. 확실히 875원이었다. 875원 자막도 그대로 달려있었다.

민심에 불지른 尹, ‘이종섭게이트’ vs ‘대파게이트’

18~22일 윤대통령이 언론으로부터 압도적인 호명을 받은 까닭은 결국 ‘이종섭’과 ‘대파’ 때문이다.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빗대어 걸핏하면 이재명게이트, 대장동게이트로 불러온 언론이 이 사건을 과연 ‘이종섭게이트’라고 호명할 수 있을런지 궁금하다.

지난 주 네이버 콘텐츠제휴 60개 언론사 랭킹뉴스 총 7040건 중 ‘이종섭’을 호출한 기사 제목은 400건이 넘었다. 주초에 윤대통령은 이종섭 씨 귀국이 부적절하다면서 발끈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총선 민심에 절실하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댓글 많은 기사의 주어 대부분은 ‘한동훈’이었지만 화제가 된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윤대통령이었다. 게다가 한 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공수처에 답하라고 사족을 달면서 이종섭게이트 책임론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웠다. ‘尹-韓충돌’을 두고 한때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던 파트너 이준석 대표도 한마디 거들었다. “바보들아, 문제는 대통령이야…이종섭은 종범일 뿐”(3월 18일 MBC 보도).

‘이종섭게이트’만큼 ‘대파’의 여파도 컸다. 대파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 우리네 식문화에서 식재료 가격은 중요한 체감 이슈이다. 언론이 이강인 선수를 트집 잡아 연일 ‘탁구게이트’라고 명명하는게 요즘 트렌드라 우리도 ‘대파게이트’라 불러본다.

‘대파게이트’로 명명한 까닭은 발화 주체였던 윤대통령은 사라지고 어느새 ‘대파 논쟁’이 되어 느닷없이 ‘정쟁’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대파게이트’를 못 잃는 일부 언론은 급기야 기사제목 만능 치트키라할 수 있는 이재명을 엮는 신공을 발휘하는데, 애초 대파 들고 875원을 말한 윤대통령은 희미해지고 스리슬쩍 “대파 든 이재명”,”파 든 남자 이재명’이 전면에 등장한다.

이재명을 기사 제목에 넣어야 흥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대파게이트’(아래 표). 실제로 댓글 많은 ‘대파게이트’ 기사 20건 중 11건에 이재명 대표가 포함되어 있다. 언론 다수가 이재명 대표의 말실수로 보이게끔 따옴표 제목에 어떻게든 욱여 넣었으나, 그가 ‘대파게이트’의 주인공이 될리는 만무하다. 도대체 어디에서 875원에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최초에 尹이 남긴 대파향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尹의 ‘대파게이트’일 뿐. 대파와 이재명으로 흥해보겠다는 기자님들의 노고가 가상하다.

3월 18~22일 사이 네이버 랭킹뉴스 분석 결과 ‘875원 대파’ 관련 뉴스는 총 49건. 이중 한겨레신문의 <875원 ‘맞춤형’ 대파 손에 쥐고…윤 대통령 “합리적”> 기사 댓글이 4,190건으로 가장 많았다. 페이지 뷰도 약 15만회로 그야말로 흥한 뉴스다. 이 보도에 달린 촌철살인 댓글을 몇 개 소개한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제발 내일은 우리동네 마트 오셔서 파값 좀 내려주세요. 파 한 단에 5천원씩 받는 울동네 마트들 압색 좀 해주시고요!(아이디 an)**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대파 875원이라면 농부 걱정부터 해야 되는 것입니다.”(아이디 ul)**

”물건을 잡기만 했는데 가격이 떨어지다니 대단한 능력이십니다.”(아이디 na)**

민심이 이럴진대 일부 언론은 진퇴양난에 빠졌을 것 같다. 이재명 대표를 언급할수록 정권심판에 대한 목소리가 부각되고, 윤대통령을 언급할수록 정부나 여당에 불리해지니 말이다. ‘尹-韓 갈등’이 첨예화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이긴 모양새가 언론에 의해 어거지로 만들었지만 한동훈 띄우기에 대한 피로감은 높아졌다. 조국 대표의 거침없는 사자후나 이재명 대표의 연설과 비교할 때 한동훈 위원장의 연설 메시지는 너무 비교가 된다. 그러니 흥행 치트키 이재명을 기사 제목에 넣어 ‘대파게이트’를 정쟁으로 변질시키고 축소시키는 것이다.

대파게이트를 정쟁으로 다룬 조선일보, 총선기사 흥행 실패

조선일보의 ‘대파게이트’ 관련 보도는 단 한 건. 그것도 버스 떠난 한참 후인 21일에 <“대파 875원 합리적...딴 데는 어렵죠” 정쟁 된 尹발언의 전말>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기사는 “’875원’ 가격표가 붙은 대파 한단이 정쟁을 불러왔다. “로 시작된다. 조선일보다운 프레임 전환 시도이다. 기사는 윤대통령의 875원 발언보다 이재명 대표가 인천의 한 시장에서 대파 5천원한다고 외친 발언을 트집 잡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기자의 노력이 무색하게 이 기사에 달린 댓글 민심은 흉흉하기만 하다. 대통령이 “좌파도 우파도 아닌 대파”(아이디 qt**)라는 댓글에서 씁쓸함까지 느껴진다. 조선일보의 열성 구독자라면 이 기사에 자괴감을 들 것 같다.

조선일보 독자들마저 총선 정치기사를 외면하는 인상이 짙다. 조선일보는 총선 보도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3월 19일 조선 독자들께서 많이 본 기사 제목 10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아래 조선일보 갈무리 화면의 1~8위까지 기사 제목은 연예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가십성 기사 일색이다. 게다가 이들 기사는 연예섹션이 아닌 세계, 생활 섹션 뉴스로 분류되어 있다. 단 두 건인 정치, 사회 섹션 기사도 본문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운 자극적인 제목이다.

3월 19일 조선일보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출처: 네이버 랭킹뉴스 ).총선 및 정치 관련 기사는 찾아볼 수없고 사회 생활면에 실린 연예인, 운동선수 기사가 흥했다.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가십성 기사가 총선 보도를 압도해 ‘많이 본 뉴스’로 나타난 현상은 1등 신문이라고 주장하는 조선일보와 거리가 멀다.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독자들이 조선일보의 총선 보도에 흥미를 잃었거나 열성 독자들조차 설득하기 힘든 정치기사 때문일 수 있다. 맥빠지는 총선 기사보다 자극적인 가십성 기사를 데스크도 독자도 선호했을 수 있다.

조선일보가 총선 국면에서 올린 기사 제목은 정치 무관심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선정적이다. 즉각 감정 반응할 수 있는 기사 제목이 한 화면에 나열됨으로써 ‘팝콘 브레인’ 증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자극적 기사들을 맥락없이 연속으로 접하게 될 경우 우리 뇌의 전두엽은 팝콘이 산발적으로 튀겨지듯 자극받을 수 있어서 정신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총선 정치 기사를 보러 조선일보 사이트에 들어왔다가 레깅스, 비키니, 만기 출소 등이 언급된 기사 제목을 본다고 가정해보자. 맥락상 랭킹 뉴스 틀 안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팝콘 튀겨지듯 이 기사들을 무심코 연속 클릭할 가능성이 있다. 대동소이한 레깅스 기사 두 건이 많이 본 뉴스에 동시에 올라온 사실만봐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댓글이다. 네이버는 2019년 8월 연예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2020년 3월에는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네이버 뉴스 정책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연예인 관련 기사를 세계, 생활 섹션에 배치해 댓글 게시판을 열고 있다.

네이버는 조선일보의 이런 편법을 왜 묵인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언론사 스스로 자율적으로 윤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네이버의 책임있는 관리가 필요하다.

尹에 시그널 보내는 다급한 동아일보

尹-韓의 2차 충돌 가시화로 ‘이종섭게이트’가 부상하고, 이를 무마하려 행차한 마트 장보기가 ‘대파게이트’로 일파만파로 민심을 들끓게 하자 여당의 총선 판세를 우려하는 동아일보의 기사가 랭킹뉴스에 많이 올라왔다. 네이버 랭킹뉴스에 올라오는 정치・총선뉴스 갯수 추이도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에 비해 동아일보가 더 많은 흐름이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이 기사에 공감하는 이들이 꽤 있다고 초론해 볼 수 있다. 동아일보의 19일 기사 <”’용산 리스크’에 서울 8석도 못건질판” 與 수도권 출마자들 아우성>이나 <총선 23일 앞 ‘尹대통령-한동훈 2차 충돌’>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분명한 시그널이다.

18~20일 종이신문 정치지면 뉴스 중 댓글 많은 기사 20건을 추려본 결과 정부 여당의 충돌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보인 보도가 많았다. 지면에서 주목 받은 기사는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관련 보도’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헐뜯기 보도’, ‘이종섭 황상무 사태로 인한 尹-韓 갈등’, 그리고 ‘다급하고 초조함이 느껴지는 국힘 관련 보도’로 추려볼 수 있다.

22일 동아일보의 <[단독]국힘 “10곳 우세” 민주 “32곳 우세”… 사전투표 2주앞 서울 48석 판세>를 비롯해 노란 색으로 표시한 기사 제목은 여당 열세와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에 대한 기사다. 동아일보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주기환 비례 최종 배제 하루만에… 尹, 민생특보 신설해 임명>이라는 보도를 했을까. ‘눈치챙겨 용산’이라는 시그널을 계속 발사하는 듯하나 왠지 힘에 부쳐 보인다.

*데이터 수집 기간 : 2024년 3월 19일 ~ 3월 23일 *데이터 수집 대상 : 네이버 뉴스콘텐츠제휴 60개 언론사. 종합일간지 10개(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방송/통신사 14개(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채널A, 한국경제TV, JTBC, KBS, MBC, MBN, SBS, SBS BIZ, TV조선, YTN), 경제지 11개(매일경제, 머니투데이, 비즈워치,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이데일리, 조선비즈, 조세일보,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인터넷 8개(노컷뉴스, 더팩트, 데일리안, 머니S, 미디어오늘, 아이뉴스24,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IT 5개(디지털데일리,디지털타임스, 블로터, 전자신문, 지디넷코리아), 지역 12개(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경기일보, 국제신문, 대구MBC,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전주MBC, CJB청주방송, JIBS, kbc광주방송)
표와 그래프 인용시 출처를 표기해주세요.
ⓒ 2024 따따따연구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