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치트키' 지역차별감정과 중국혐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3월 25일 기고글
[기획] 네이버 랭킹뉴스로 본 4.10 총선 ③
3월 넷째주(3월 18~22일)
‘시민언론 민들레’는 최선영 교수, 고은지 연구원과 함께 <네이버 랭킹뉴스로 본 총선>을 기획했습니다. 네이버 뉴스 사이트에서 많이 보았다고 추정되는 랭킹뉴스를 데이터로 수집하여 언론사의 총선 프레임과 보도 추이, 패턴을 해석하고 분석합니다.
하이에나 저널리즘의 선두 조선일보
네이버 뉴스콘텐츠제휴 60개 언론사의 2024년 3월 18~22일 랭킹 뉴스 중 댓글이 쏠렸던 정치・총선 기사 20건을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 5건, 동아일보 4건, 디지털타임스 2건, 경향신문 1건, 매일경제 1건, 매일신문 1건, 문화일보 1건, 중앙일보 1건, 한겨레신문1건, MBN 1건, MBC 1건, KBS 1건 등이었다.
조선일보는 댓글 많은 뉴스 상위 3개로 ‘댓글 기사의 왕’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22일에 올라온 기사 <당진 찾은 이재명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이러면 되지”>나 21일 기사 <“광주서 몽둥이로 대가리 깨진 거 봤지”… 이재명, ‘회칼 테러’ 패러디>는 제목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클릭을 해서 기사를 읽어봐야 확인이 되는 난수표같은 제목이다. 이재명 대표를 주어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문구를 활용한 이른바 클릭 유도를 ‘노린 기사’다.
21일 조선일보의 <유시민, 尹 겨냥 “미친X”… 한동훈에는 “안 맞아서 그래”>도 욕설이 연상되는 헤드라인이다. '앞서 소개한 ‘하이에나 저널리즘'의 선두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조선일보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뽑는데 대단히 탁월한 감각이 있다.
모든 길로 통하는 ‘이재명 악마화’
댓글 수 4천개가 넘은 조선일보의 22일 <당진 찾은 이재명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이러면 되지”>와 21일 <“광주서 몽둥이로 대가리 깨진 거 봤지”… 이재명, ‘회칼 테러’ 패러디>를 정독했다. 기사 본문을 읽으니 제목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의적 판단일 수 있는지라 네이버의 생성형 AI ‘클로버 X에 조선일보 기사 전문을 입력하고 제목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보았다.
클로버 X는 첫번째 기사 제목으로<제 1야당 대표의 중국-대만 양안문제 관련 발언에 대한 논란>과 <이재명 대표의 중국-대만 양안문제 관련 발언 논란>을 제안해주었다. 두 번째 기사도 같은 방법으로 요청한 결과 <이재명 대표, 군산 유세에서 현 정부 비판 및 황상무 전 수석 발언 패러디> 등 아래 갈무리 화면과 같이 세 가지 기사 제목이 추출되었다.

특히 21일 조선일보 기사는 영상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동영상 확인 결과 이재명 대표가 황상무 씨의 발언을 인용 패러디한 부분만 뚝 잘라 업로드한 상태였다. 이재명 대표 패러디 의도와 발언의 맥락을 담지 않아 조선일보 기사에 링크된 영상만 볼 경우 이재명 대표가 광주를 조롱한 것처럼 들릴 수 있는, 고의성이 있는 편집이다.
다른 언론사의 현상 동영상 확인 결과 조선일보에서 커트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재명 대표는 현장에서 “여러분 이게 농담입니까? 생선 회칼로 기자 허벅지를 찔러대는 것이 농담입니까? 겁박을 한거 아닙니까”라고 정색하면서 분명하게 황상무 전 수석의 발언을 비판하고 있었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가 잘못된 보도 유형으로 소개한 뉴스의 전형이다. 전체 사실 중 일부분만을 부각하여 나쁜 인상을 심어준 왜곡·과장 보도로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명예훼손 보도에 해당한다. 정치인은 명예훼손 관련 소송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왜곡보도로 논란거리를 만들어도 언론은 면죄부를 받는다. 현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악의적으로 활용해 이재명 대표를 악마화하려는 시도의 하나라 할 수 있다.
현장 분위기를 텍스트로 옮겨진 글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영상으로 확인하고 전체 맥락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역 감정과 중국 혐오, 5.18까지 광범위하게 엮어 악마화하거나 왜곡하는데 상당한 경지에 이른 언론사와 기자가 제법 있기 때문이다.
댓글 많은 뉴스, ‘대표성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댓글이 많이 달린 뉴스라해서 그 뉴스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봤을까?
연구팀의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댓글 많은 랭킹 1위 뉴스’라 할지라도 ‘많이 본 랭킹뉴스’에서 댓글 순위보다 낮은 보도도 많다. ‘댓글 많은 랭킹뉴스’에는 있는데 ‘많이 본 랭킹뉴스’에 없는 기사도 있다. 특히 이례적으로 댓글이 쏠렸던 댓글 많은 기사 1위인 조선일보의 <당진 찾은 이재명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이러면 되지”>는 ‘많이 본 랭킹뉴스’ 순위에서는 11위였다.
‘댓글 많은 랭킹뉴스’의 댓글수는 아무리 많아도 불과 몇 천 건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자칫 ‘대표성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대표성 오류’란 어떠한 현상을 판단할 때 더 큰 집단이 현재 판단하고자 하는 현상을 대표한다고 쉽게 생각해버리는 경향이다. 적은 수의 표본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소수의 법칙(small of small numbers)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앞서 조선일보의 3개 기사에는 4천 여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우리는 자칫 이 기사를 네이버에서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고 공감한 ‘다수’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댓글 4천 개는 조선일보 전체 구독자 약 500만명 중 겨우 0.08%에 해당할 뿐, 조선일보 독자를 대표할 수도 없는 미미한 숫자다. 적극적으로 댓글을 작성하는 아이디가 고정값으로 존재하기도 하니 댓글 많은 기사가 곧 온라인 여론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댓글 수와 여론은 같지 않음을 구분해서 생각하고 댓글 수를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댓글 많은 뉴스가 자신의 판단 근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떄로는 댓글 많은 뉴스가 온라인 여론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댓글이 수상하리만큼 몰려있으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수집 결과를 살피다 그런 기사를 간혹 발견하기도 한다. 예컨대 지난 3월 2일 조선일보의 <“밥맛 떨어진다” 계양 식당서 욕먹은 원희룡·이천수 반응은?>이라는 보도가 좋은 예시다. 무려 1만1천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혼자 댓글 꼭지점이 우뚝 솟은 수상한 기사였다. 추세만 보더라도 이 기사가 다른 보도에 비해 월등히 많은 댓글이 몰려있음을 알 수 있다.
혐오와 지역감정 부추기는 악성 총선기사
조선일보 기사는 공교롭게도 연구팀의 분석 틀에 늘 걸려 올라온다. 요근래 너무 압도적인 숫자의 댓글이 달린 기사라 우리도 데이터를 잘못 수집한건가 반복해 확인할 정도였다.
기사 확인 결과는 충격이었다. 기사 본문은 다음의 사진을 활용해 “아, 밥맛없게. 저리 가요잉!”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조선일보는 이 작은 사투리 자막을 놓치지 않고 기사 제일 앞부분에 배치했다.

당시 현장 동영상을 시청하고 쓴 수필같은 이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려있었다. 지역차별 감정이 담긴 혐오성 댓글이다.
숨길 수 없는 전라도 말투 나오네 ㅋㅋㅋ(아이디 q1)**
이러니 깽깽이들 욕 먹지(아이디 ic)**
절라 웃깁네다(아이디 kd)**
전라도것들의 수준이 딱보이는 행동..이러니 대대손손 전라도는 손절해야한다.(아이디 is)**
이 기사에 누가 댓글을 많이 작성했는지 네이버뉴스가 제공하는 댓글 작성 통계를 확인해보았다. 그 결과 남자가 81%였고, 연령대로는 60대 36%, 50대 33%, 40대가 22%였다. 댓글 게시판에는 고정 공지글로 댓글 작성 유의 사항을 안내하고 있지만, 소용없었다. 댓글 신고탭엔 “혐오와 차별적 표현”,”불쾌한 표현”을 신고하게 되어 있지만 이 댓글은 버젓이 살아 있다. 지워지 않은 걸 보면 네이버는 이러한 지역차별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라고 여기는 것 같다.

지역감정과 혐오를 부추길 의도가 분명한 기사는 많은 댓글이 달려 주목받았다 하더라도 유권자들에게 유익한 품질 좋은 기사는 될 수 없을 듯하다. 지역차별과 비하, 혐오를 고의적으로 유도하고 있어서 오히려 총선에 악영향을 미치는 잘못된 보도로 분류해야 한다.
연구팀이 총선이 아닌 다른 이슈의 네이버뉴스 댓글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도 조선일보의 댓글 총량은 타 언론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선일보의 이번 총선 기사 하나하나의 댓글수를 시간대별로 확인한 결과 매일 지속적으로 이런 식의 댓글몰이 기사가 나오는 건 아니다. 종종 이따금씩 조선일보가 맥락적으로 관련 없는 주제에 지역감정(특히 광주), 중국과 같은 요소를 조미료 넣듯이 아주 조금 적절하게 버무려 놓은 기사를 만들어 내놓으면, 악플러들이 여지없이 실시간으로 다량의 악성 댓글을 쏟아내는 반응 패턴이 만들어지곤 한다. 네이버 뉴스에서 조선일보 기사가 댓글로 흥행하는 비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총선보도, 허위 왜곡보도 경계해야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허위 왜곡 보도 문제에 공감한다. 일부 언론사들은 팩트와 사실보도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기까지 한다. 취재를 통해 사실인 정보만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는 게 언론의 본령인데 이를 구태여 강조하는 게 아이러니지만.
SNS나 카톡에 돌아다니는 출처없는 정보의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것이지 일반 네이버 이용자들은 네이버뉴스에 올라온 보도까지 사실여부를 일일이 따져가며 보진 않는다. 높은 기준의 심사를 통과한 네이버뉴스 콘텐츠 제휴사의 기사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개별 언론사가 실제로 일어난 일과 팩트를 보도한다고 부단히 강조하기에 그럴거라 믿고 뉴스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인양 차별과 혐오라는 흥행 요소를 교묘하게 끼워넣는 기사는 겉보기에는 실제의 일을 나열해 문제 없는 기사같지만 특정 단체 혐오나 지역 차별을 은근하게 반복적으로 주입시키는 선동대 역할을 한다. 게다가 그런 기사에 수 천개의 댓글이 몰리면 네이버뉴스 알고리즘에 의해 포털에 더 자주 길게 노출된다. 문제는 이런 기사를 무심코 자주 접하게 되면 스스로 확증편향에 빠져 기사를 의심하기보다 ‘그동안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라는 자기 의심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총선기간에는 평소보다 뉴스가 더 많아진다. 따라서 더 많은 뉴스를 보게 된다. 유권자로서 혐오와 차별을 유도하는 기사가 노리는 효과를 경계하고 특별히 이상하게 더 흥한 기사와 댓글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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